우리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되면서 치아의 역할은 단순히 음식을 씹는 기능을 넘어, 전신 건강과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예전에는 치아가 모두 상실된 뒤에야 틀니를 고려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건강할 때 미리 치료를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잇몸뼈는 치아를 잃은 뒤 시간이 지나면 점점 흡수되어, 나중에는 틀니나 임플란트를 하기가 어려워진다. 게다가 나이가 들수록 당뇨, 고혈압, 심혈관질환 등 전신질환이 늘어나고 복용 약물도 많아지기 때문에 치료 시 주의할 점이 훨씬 많아진다. 결국 “아직 괜찮으니까 나중에 하자”는 생각이 오히려 치료의 기회를 놓치게 만드는 셈이다.

고령층 환자들의 진료에서 특히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복용약 관리다. 혈액을 묽게 하는 항응고제, 골다공증 치료제, 항암제나 면역억제제 등은 치과 시술 시 출혈이나 뼈 치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틀니를 새로 제작하거나 임플란트를 병행해야 하는 경우에는 내과 주치의와의 협진이 필수적이다. 겉보기엔 단순한 구강치료 같아도, 전신상태와 약물 복용 내역을 세밀하게 파악한 뒤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안전하고 성공적인 결과를 만든다. 환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복용 중인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을 빠짐없이 알려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 고령층이라고 해서 단지 ‘씹는 기능’만 회복하면 된다는 시대는 지났다. 60대 이후에도 사회활동을 지속하고, 사람을 만나며, 사진을 찍고 소통하는 일이 일상화되었다. 그만큼 심미적인 만족감, 즉 자연스럽고 보기 좋은 틀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얼굴형과 입술선, 표정까지 고려하여 제작하는 프리미엄 맞춤 틀니가 점점 더 많은 환자에게 선호되고 있으며, 잇몸색과 질감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인체 적합형 재료들이 발전하면서 기능과 미소를 동시에 회복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틀니를 만들기 위해서는 실제 제작에 앞서 진단용 틀니를 사용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진단용 틀니는 환자의 구강 상태와 교합, 발음, 얼굴 균형, 턱의 높이를 세밀히 분석하기 위한 틀니로 사용하면서 실제로 환자의 잇몸 형태와 근육 움직임, 저작 습관까지 반영한 정밀 맞춤 설계가 가능해진다. 단순히 모양이 잘 맞는 수준을 넘어,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틀니를 완성하기 위한 핵심 단계라 할 수 있다.

고령사회에서의 틀니 진료는 단순한 보철치료가 아니라, 건강과 심리적 만족, 그리고 자신감 회복까지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 일은 곧 가족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스스로 건강을 지키고 밝은 미소를 유지하는 모습이 자녀에게는 가장 큰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건강할 때 미리 준비하고, 복용약을 세심하게 관리하며, 나에게 맞는 틀니를 만든다면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그것이 고령사회를 살아가는 지혜이자, 가족 모두를 위한 길이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healthyLife/column_view.jsp?idx=11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