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연구팀은 혈액 속에서 특정 뇌세포 유래 신호만을 선택적으로 분리·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나노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질병 활성도를 반영하는 분자 변화를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세포외소포(extracellular vesicle)’다. 세포외소포란 세포가 외부로 분비하는 아주 작은 주머니로, 단백질과 마이크로리보핵산 등 세포 내부의 생체 정보를 담고 있다. 그러나 혈액에는 온몸의 수많은 세포에서 나온 세포외소포가 뒤섞여 있어 특정 세포에서 유래한 세포외소포만 선택적으로 분리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특정 단백질의 구조를 모사해 표적 분자를 정밀하게 인식하는 펩타이드 각인 나노복합체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성상교세포 표면 단백질을 인식하도록 설계되어 혈액 속 수많은 세포외소포 중 성상교세포 유래 세포외소포만을 선택적으로 분리할 수 있다. 분리 과정은 40분 이내에 완료된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시신경척수염 스펙트럼 장애(NMOSD)’ 환자에게 적용해 임상 검증을 진행했다. 시신경척수염 스펙트럼 장애는 면역계가 성상교세포를 반복적으로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급성 재발이 거듭되면서 시력 저하, 마비 등 신경학적 장애가 누적된다. 때문에 재발 여부를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치료에 매우 중요하다.
연구팀은 서울아산병원 바이오뱅크에 보관된 혈청 시료 147건을 두 단계에 걸쳐 분석했다. 1차 분석에서는 급성 재발 환자 39명, 안정기 환자 49명, 건강한 대조군 20명의 혈청을 비교했다.
이어 다른 뇌신경계 질환도 감별 가능한지 확인하기 위해 2024년부터 2025년 사이 내원한 다발성경화증, 파킨슨병 환자 환자 39건으로도 검증 분석을 수행했다.
분석 결과 성상교세포 손상의 지표인 ‘교세포섬유산성단백질(GFAP)’ 수치는 재발 환자에서 안정기 환자보다 높게 나타났다. 반면 시신경척수염 스펙트럼 장애의 핵심 진단 지표인 ‘수분통로 단백질4(AQP4) 면역글로불린G’ 수치는 재발 환자에서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 수치는 환자의 나이나 신경학적 장애 정도와 무관하게 재발 상태를 반영했다.
다발성경화증, 파킨슨병 환자와 비교했을 때도 시신경척수염 스펙트럼 장애는 다른 분자 패턴을 보여 질환 간 감별 가능성도 확인됐다. 세포외소포 안에 담긴 마이크로리보핵산에서도 재발기에 특징적으로 변하는 분자 신호가 관찰됐다.
이은재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반복적인 영상검사 없이도 뇌 변화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으며 향후 치료 반응 예측과 개인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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