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서 피부가 간지러워 계속 긁다가 피부가 따끔거렸던 경험이, 한 번쯤 있으실겁니다. 저희 아버지도 겨울만 되면 다리가 가려워 긁다가 피부가 빨갛게 변하곤 하셨습니다. 알고 보니, 이런 피부 가려움증은 60세 이상 어르신의 약 70%가 겪는 흔한 문제라고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피부가 가려운 원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 증상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좋은지 공유드립니다.

1.왜 나이 들면 피부가 가려울까?
피부 가려움증은 단순히 피부가 건조해서 생기는 게 아닙니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 몸은 여러 변화를 겪게 되는데요. 이게 피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1) 피부가 얇아지고 수분이 빠져나가요
나이가 들면 피부는 점차 얇아지고, 촉촉함을 유지하던 천연 보습 인자 역시 감소합니다. 천연 보습 인자는 피부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수분 유지 성분으로, 아미노산(단백질을 이루는 성분), 젖산, 요소(피부를 부드럽게 해주는 수분 흡수제), 피롤리돈카르복산(PCA) 등의 물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성분들은 피부의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막고, 외부 자극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노화가 진행되면서 이들 보습 인자의 생성량이 줄어들고, 피부 표면을 보호하는 피지막(보호막)도 약해지면서 피부가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그 결과 피부는 쉽게 건조해지고, 표면이 거칠어지거나 땅기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각질이 일어나거나 가려움증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미국 피부과학회에 따르면, 50세 이상이 되면 피부의 수분 보유 능력이 20~30대에 비해 약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다고 합니다.
특히 겨울철처럼 공기가 건조한 환경에서는 피부 속 수분이 빠르게 증발하여 가려움증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피부가 갈라지거나 염증이 생길 위험도 높아집니다. 따라서 중장년층은 수분 유지와 외부 자극 차단을 위한 꾸준한 보습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2) 피부 재생이 느려져요
젊었을 때는 피부 세포가 빠르게 생성되고, 죽은 세포는 자연스럽게 탈락하여 새로운 피부로 교체됩니다. 이를 피부의 재생 주기라고 하는데요, 보통 건강한 젊은 사람의 경우 약 28일 정도면 한 사이클이 완성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 주기는 점점 길어져, 50~60대 이후에는 40일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2023년 미국 워싱턴 주립대학교(WSU) 연구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자의 피부에서는 감각 세포인 메르켈 세포(Merkel cells)의 밀도가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메르켈 세포는 피부에서 촉각을 느끼는 세포로, 아주 미세한 자극도 감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 세포들이 줄어들면 자극에 대한 조절 기능이 떨어지면서, 아주 가벼운 마찰이나 옷깃에 스치는 자극만으로도 간지러움을 느끼는 일이 많아집니다.즉, 피부 재생 능력이 떨어지고 감각 조절 기능까지 약해지기 때문에, 사소한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가려움증이 빈번하게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3) 만성 질환의 영향
고령층에서 흔히 나타나는 만성 질환 또한 피부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중요한 원인입니다. 대표적으로 당뇨병, 만성 신부전, 갑상선 기능 저하증 등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 당뇨병 환자는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으면, 피부의 신경이 쉽게 손상되면서 신경성 가려움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혈액 내 수분이 줄어 피부가 더욱 건조해지는 것도 한 원인입니다.
신부전(만성 콩팥 질환)이 있는 분들은 체내에 노폐물(요소, 인산 등)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고 쌓이게 되는데, 이러한 노폐물은 피부를 자극하여 가려움을 유발합니다. 특히 투석 중인 환자들에게서 이런 증상이 자주 나타납니다.
또한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피부의 피지와 땀 분비를 줄여 극심한 건조증과 가려움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단순한 피부 문제로 보일 수 있는 가려움이 내부 질환의 신호일 수 있기 때문에, 만성 질환을 앓고 있다면 정기적인 진료와 함께 피부 관리도 병행해야 합니다.
4) 피지와 혈액 순환 감소
피부를 부드럽고 촉촉하게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바로 피지(기름 성분)입니다. 피지는 피부 표면에 얇은 보호막을 형성하여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피지선의 활동이 감소하면서 이 보호막이 약해지고, 피부가 쉽게 건조해집니다.
특히 등, 팔, 다리 같은 부위는 원래부터 피지선이 적은 편인데, 여기에 노화까지 겹치면 건조함이 더욱 심해지고, 각질이 일어나거나 가려움을 자주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노화는 피부 속 혈관의 탄력성도 떨어뜨립니다. 그 결과 혈액 순환이 느려지면서 피부에 산소와 영양분 공급이 줄어들고, 피부 재생과 보습 기능도 전반적으로 저하됩니다. 피부가 약해지고 자극에 민감해져 조금만 건조해져도 간지럽고 따갑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따라서 시니어 피부는 보습 + 순환 + 자극 완화를 함께 고려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5) 외부 요인과 약물 부작용
피부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하는 샤워나 목욕도, 그 방법에 따라 오히려 피부를 더 건조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뜨거운 물로 장시간 샤워하거나 목욕을 자주 하는 습관은 피부에 필요한 천연 오일(피지와 보습 성분)을 씻어내는 원인이 됩니다.
이 천연 오일은 피부에 얇은 보호막을 형성해 수분이 날아가는 것을 막아주고 외부 자극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세정력이 강한 비누나 샤워젤, 특히 합성 계면활성제(때를 벗기는 성분)가 포함된 제품을 사용할 경우, 피부 장벽이 더 쉽게 손상되어 각질이 일어나고 가려움증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피부가 예민해진 상태에서 이러한 제품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피부 염증이나 건선(피부가 붉고 하얀 비늘처럼 일어나는 질환)으로까지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2.시니어를 위한 피부 가려움증 관리법
가려움증을 줄이고 피부를 건강하게 지키기 위해서 몇가지 방법을 공유드립니다. 저도 아버지께 몇 가지 방법을 추천드렸더니 훨씬 편해지셨다고 하셔서 정말 효과가 있구나 싶었는데요.
1) 보습은 생명!
● 좋은 보습제 선택 : 세라마이드, 히알루론산, 글리세린이 함유된 보습제를 사용하세요. 세타필(Cetaphil), 유리아주(Eucerin), 아비노(Aveeno)는 저자극으로 유명합니다.
● 바르는 타이밍 : 샤워 후 3분 안에 보습제를 발라 수분을 가두셔야 합니다. 하루 2~3번, 특히 밤에 자기 전에 바르면 효과가 좋습니다. 아버지께 아침저녁으로 얇게 여러 번 바르라고 했더니 피부가 훨씬 부드러워지셨다고 합니다. 두껍게 한 번 바르는 것보다 얇게 자주 바르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2) 똑똑한 목욕 습관을 가지세요
● 미지근한 물로 5~10분 이내로 샤워하세요 :
뜨거운 물은 피부에 필요한 천연 오일(피지)을 빠르게 씻어내 피부를 건조하게 만듭니다. 이 오일은 피부의 수분을 잡아주고 외부 자극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샤워할 때는 38~40도 사이의 미지근한 물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으며, 5~10분 이내로 짧게 끝내는 것이 피부 보습에 도움이 됩니다. 샤워 후에는 수건으로 문지르지 말고, 톡톡 두드리듯 부드럽게 물기를 제거한 후 3분 이내에 보습제를 발라야 수분이 날아가지 않습니다.
● 순한 보습 클렌저를 사용하세요 :
비누나 바디워시는 자칫하면 세정력이 너무 강해 피부를 더 건조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합성 계면활성제가 포함된 제품은 피부 장벽을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도브(Dove), 아비노(Aveeno) 같은 브랜드는 피부 자극이 적고, 보습 성분이 포함된 제품군을 갖추고 있어 시니어에게 적합합니다. 이런 제품에는 글리세린(수분을 끌어당기는 성분)이나 콜로이드 오트밀(피부 진정에 도움) 같은 보습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피부를 부드럽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향이 없는(무향) 제품이나 피부과 테스트를 통과한 제품(dermatologist-tested)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3) 영양 가득한 식단으로 피부 속부터 건강하게
피부 건강은 외부 관리뿐 아니라 몸 안에서부터 채우는 영양도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세포 재생과 회복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항산화 영양소와 단백질 섭취가 필요합니다.
● 항산화제 섭취 : 블루베리, 시금치, 연어, 토마토, 아몬드 등에는 항산화제(oxidant)가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항산화제는 세포를 손상시키는 활성산소를 중화시켜, 피부 노화를 늦추고, 피부에 탄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단백질 섭취 : 단백질은 피부의 구성 성분인 콜라겐과 엘라스틴을 만드는 데 필수적입니다. 두부, 달걀, 닭가슴살 같은 기름기 적은 단백질을 꾸준히 섭취하면 피부 재생력도 높아집니다.
● 수분 섭취 : 하루 1.5~2리터 정도의 물을 마시는 것이 좋은데요. 물을 자주 마시는 습관은 피부 속 수분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며, 가려움증과 건조함을 줄이는 데도 효과적입니다.
4) 자외선 차단은 사계절 내내 필요합니다
노화된 피부는 젊은 피부보다 자외선에 더 민감하고, 자극을 받았을 때 회복 속도도 느립니다. 자외선(UV)은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고, 콜라겐을 파괴하여 주름과 가려움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외출 전에는 반드시 SPF 30 이상, PA++ 이상의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야 합니다. SPF는 자외선B 차단 지수를 뜻하고, PA는 자외선A 차단 등급을 의미합니다. 햇빛이 강한 여름뿐 아니라 겨울이나 흐린 날에도 자외선은 존재하므로 매일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한피부과학회에 따르면, 자외선 차단제를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피부건조와 가려움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또한, 외출 시 챙이 넓은 모자나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옷을 함께 착용하면 물리적인 차단 효과도 더할 수 있습니다.
5) 만성 질환은 피부 건강에도 영향을 줍니다
고령자의 가려움증은 단순한 피부 건조 때문만이 아니라, 몸 안의 질환과 연관되어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 당뇨병 :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신경이 예민해지고, 작은 자극에도 피부가 가렵고 건조해지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 신부전(만성 콩팥 질환) : 신장 기능이 저하되면 체내 노폐물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피부에 쌓이면서 가려움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갑상선 기능 저하증 : 이 질환은 피부 건조, 붓기, 탈모 등의 증상을 동반하며, 노인층에서 종종 진단되지 않고 방치되기도 합니다.
이런 질환이 있는 경우, 피부에 나타나는 증상만 관리하기보다는 정기적인 내과 진료와 혈액검사로 기저 질환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피부 가려움증이 오래 지속된다면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해 근본적인 원인을 확인해야 합니다.
6) 생활환경을 조절하면 피부가 편안해집니다
● 가습기 사용 :
건조한 환경은 피부의 수분을 빼앗습니다. 실내 습도를 40~60%로 유지하면 피부 건조와 가려움증이 확연히 줄어듭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난방으로 인한 건조함이 심해지기 때문에 가습기 사용은 필수적입니다. 가습기 대신 젖은 수건이나 수분식물도 간단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 부드러운 옷 착용 :
피부가 약해진 상태에서는 의류의 재질이 피부 자극을 줄 수도 있습니다. 면, 실크, 대나무 섬유같은 천연 섬유로 만든 옷은 부드러워 피부 마찰을 줄여줍니다. 반대로, 울, 나일론, 폴리에스터 같은 합성 섬유는 피부에 거칠게 닿아 가려움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 스트레스 관리 :
스트레스는 호르몬 변화를 유발해 피부의 면역력을 약화시키고, 민감도를 높이는 요인이 됩니다. 가려움증이 심한 분들 중 상당수가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을 함께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벼운 산책, 명상, 요가, 호흡 운동 등은 몸과 마음을 동시에 이완시켜 피부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3.바로 실천할 수 있는 진정 꿀팁 3가지
집에서도 간단히 할 수 있는 피부 진정 방법이 있습니다.
● 냉찜질 요법 :
가려운 부위에 얼음팩을 수건에 싸서 10분 정도 올려두세요. 붓기와 염증이 가라앉고, 피부 자극도 줄어듭니다.
● 알로에 베라 젤 :
천연 알로에 젤은 진정·보습 효과가 뛰어나요. 냉장고에 넣어두면 더욱 시원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오트밀 목욕 :
목욕용 오트밀 가루를(콜로이드 오트밀) 미지근한 물에 풀어 목욕하면 가려움 완화, 진정 효과를 볼 수 있어요. 인터넷에서 ‘오트밀 목욕용 파우더’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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