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의료장비 주렁주렁 달고…콧줄 식사까지
최근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관심이 높다. 병상에서 온갖 의료장비를 주렁주렁 달고 연명하기보다는 인간 답게 죽겠다는 열망이다. 평소 자신을 따랐던 손주에게 “나의 마지막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소원도 담겨 있다. 특히 콧줄을 통해 영양을 공급하는 과정은 너무 안쓰럽다. 관을 삽입할 때부터 고통이다. 이물감을 계속 느껴 의식이 오락가락하는 환자는 자꾸 콧줄을 빼려고 한다. 일부 요양병원에서 환자가 콧줄을 뽑지 못하도록 ‘조치’하는 것은 비인간적이다.
연명의료 거부를 선언한 사람도 ‘콧줄 식사’는 받는 경우가 많다.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은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만 제외하곤 물이나 단순 영양 공급은 허용하고 있다. 임종기 환자가 사전에 작성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해 연명의료 거부 의사를 밝혔어도 콧줄 식사 같은 영양 공급은 끝까지 중단할 수 없다. 연명의료결정법 제정 당시 치료 효과 없이 생명만 연장하는 의료행위는 중단하되 물과 단순 영양 공급까지 끊는 것은 생명 존중에 어긋난다고 봤기 때문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 326만 6401 명
3월 10일 오전 9시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사람이 326만6401명이다. 이미 연명의료 중단 등의 결정을 이행한 사람이 49만4945명이다(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자료). 연명의료결정제도는 2018년 2월 4일부터 시작됐다.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고 있다고 의사가 판단한 경우, 환자의 의향을 존중해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이다. 19세 이상의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향후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되었을 때를 대비, 연명의료 및 호스피스에 관한 의향을 등록 기관을 통해 문서로 작성해 둘 수 있다.
나도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을 수 있을까?
연명의료 중단과 조력 자살은 엄연히 다르다. 의료적 도움을 받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조력 자살은 한국에선 불법이다. 일부 환자들은 큰 비용과 시간을 들여 스위스행을 꿈꾸고 있다. 죽기 위해 스위스의 조력 자살 기관을 알아 보고 비행 편을 예약한다. 건강한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부분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이다. 이들은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주장한다. 진통제는 중추 신경에 작용하여 아픈 곳의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약이다. 이들에겐 진통 효과가 왜 적을까? 통증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의학적으로 불가능한 것일까?
일부에서 조력 자살에 찬성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지난해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82%가 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기상조인 것은 분명하다. 부작용 우려가 크고 스위스, 네덜란드 등 합법화된 나라도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 한국의 연명의료결정법상 과제는 대상을 현행 임종기에서 말기 환자로 확대하는 것이다. 환자들의 극심한 통증을 완화하는 진통제 개발도 시급하다.
죽기 위해서 정성과 돈을 들여 머나 먼 외국행을 예약하는 사람들…. 우리는 그 환자들의 심정을 알 수 있을까? 누구나 얼마간 아프다 세상을 떠난다. 앓는 기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자다가 편안하게 죽고 싶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신이 도와야 한다. 나도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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